발레의 성 안드레아 대성당(La Basilica di Sant'Andrea della Valle)

바로크 양식의 성당 전면. 왼쪽 중간의 천사상을 주목


오랜만에 찾아보는 로마의 B급 방문지!(그래도 로마에서 B급은 다른 곳의 B급이 아니지요^^;) 오늘은 ‘발레의 성 안드레아 성당’(Sant'Andrea della Valle)입니다. 로마에서 두 번째로 큰 둥근 지붕(cupola)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로크 풍의 밝고 화려한 실내, 대리석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경당들로 가득한 성당임에도 불구하고, 로마이기 때문에 다른 ‘크고 아름다운’ 성당들에 밀려 별로 빛을 보지 못하는 성당입니다. 특히 둥근 지붕에 대한 이야기는 1등과 너무 차이가 나서인지(성 베드로 대성당) 잘 믿지 않더군요.(^^;;)


로마에서 베드로 성당 다음으로 큰 '둥근 지붕'. 진짜로.


사실 이 성당은 이름의 유래부터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 지역은 원래 테베레 강으로 내려가는 약간 패인 곳이어서 고대 로마시대부터 ‘계곡’ 혹은 ‘저지(低地)’ 즉, valle로 불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계곡(혹은 저지)의 성 안드레아 성당’이 되겠지만 초세기도 아니고 17세기나 되어서 뜬금없이, 그것도 이미 있는, 사도 성 안드레아의 이름을 딴 성당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출발합니다. 더욱이 성당을 마주보고 스페인 귀족 가문인 발레(Valle)가의 저택과 이 가문의 명망 있던 안드레아 추기경(Andrea della Valle)이 의문을 부축입니다. 성당은 분명히 사도 안드레아에게 헌납된 것이지만 이 이름을 갖게 된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릅니다.

뭐, 이런 시답지 않은 비밀은 제쳐놓고...(^^;)

외로이 서있는 천사상. 보통 이 자리에는 물결무늬 장식이 있습니다.


성당 정면 위에서 중간 부분의 왼쪽을 보면, 보통 이 자리에는 물결 모양의 장식이 있지만, 한쪽 날개를 편 천사의 조상(彫像)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른쪽에 이와 짝이 되는 다른 조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없습니다. 이유는 너무 잘 만들어서 날아가 버린 조각가가 당시 교황 알렉산데르 7세가 첫 번째 천사상(天使像)을 두고 비난하자 두 번째를 만드는 것을 거절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 양반들이 까칠했던 덕분에 천사는 혼자 남아서 수 백 년 동안(유서 깊은 도시들의 기본 단위-_-;) 성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실내공간 '답게' 높은 내부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골목길을 돌아 바닷가로 나갈 때처럼 탁 트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혼잡한 시내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기둥 하나 없이 넓고 높은 공간과 약간 노란 빛이 도는 채광의 밝은 실내는 순식간에 분위기를 바꿔 다른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는 기분을 갖게 만듭니다. 너무 커서 얼마나 큰 지에 대한 감각을 잃게 만드는 성 베드로 성당과는 달리 딱 일상의 공간에서 벗어난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장소입니다. 시험 등으로 방에 처박혀 스트레스 받다가 찾게 되면 옛사람들이 왜 이런 것을 만들었는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푸치니는 이 중앙 회랑과 왼쪽 끝의 경당을 오페라의 배경으로 선택했습니다.


음악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성당은 푸치니(Giacomo Puccini)의 오페라 ‘토스카’(Tosca) 1막의 배경입니다. 성당에 들어가자마자 왼쪽 첫 번째 경당이 토스카의 연인, 마리오 카바라돗시(Mario Cavaradossi)가 프레스코 화를 그리며 그의 친구를 숨겨주는 앗타반티 경당(la cappella Attavanti)입니다. 물론 실제로 이 이름을 찾을 수는 없고 경당의 이름은 바르베리니 경당(la cappella di Barberini)입니다. 오페라의 1막 전체가 이 경당과 중앙 회랑을 무대로 펼쳐집니다.

원래 도메니키노가 이 천장에 그림을 그리기로 되어있었으나 란프란코에게 빼앗기고 그는 둘레의 펜덴티브와...


또 이 성당의 그림 역시 중요한데 둥근 지붕에서 성당 전면(前面)에 그려진 프레스코화는 17세기 로마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요약본과도 같습니다. 특히 초기 바로크 시대의 두 화가가 남긴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둥근 지붕에는 란프란코(Giovanni Lanfranco)의 대표작 ‘천국의 영광’(La Gloria del Paradiso)이 그려져 있고, 도메니키노(Domenichino)는 펜덴티브에 4명의 복음사가(福音史家), 내진(內陣)과 후진(後陣; 건축용어들)에는 사도 안드레아의 생애를 그렸습니다.

...이곳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동시대 사람임에도 도메니키노와 란프란코를 비교하면 도메니키노가 아직 르네상스풍의 고전적인 묘사를 하는 반면 란프란코는 조금 더 바로크적인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즉, 도메니키노가 조금 더 사실에 충실하고 균형과 이상적인 비율의 그림을 그린 반면 란프란코는, 당시의 유행을 따라 그리고 앞으로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에 의해 꽃피게 될 바로크풍의, 더 화려하고 과장인 표현을 하고 있습니다. 한 세대 뒤의 마티아 프레티(Mattia Preti)가 그린 제대(祭臺) 뒷면의 프레스코 화와 비교해보면 이 차이는 더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주제로 그린 한 세대 후의 작품을 보면 조금 더 명확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경당들에 여러 작가가 작품을 남겨놓아서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베르니니의 제자 카를로 폰타나(Carlo Fontana)의 대표작인데 '스승의 작품에 가장 근접했다'라는 평가를 받는다. 너무 뛰어난 스승을 갖는 것도 생각해 볼 일.


바르베리니 경당


이 발레의 성 안드레아 성당은 중요한 역사적 사건과 관계가 있는 장소는 아니지만 음악과 미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볼만한 가치가 있고 유명한 관광지 사이에서(나보나 광장에서 5분) 시내의 혼잡함을 피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로마 시내를 바쁘게 돌아다니다 지쳤을 때, 멋진 그림을 감상하며 쉬어 갈 수 있는 곳입니다. 오페라 ‘토스카’를 재미있게 보신(혹은 그럴 예정이신) 분이라면 더욱 들려볼만한 곳입니다.

'토스카'에서 마리오가 친구를 숨겨준 곳이라는데...
어쨌든 가운데의 요한 세례자의 조상은 아버지 베르니니(Pietro Bernini)의 작품


ps. 분명히 밝혀 두지만 제가 '토스카'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오페라라는 것과 닥터 스X루에 나온 것이 전부입니다.OTL

by AvisRara | 2007/05/15 19:10 | 어쨌든 로마다-_-;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AvisRara.egloos.com/tb/317368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다음 페이지 ▶